베라노트(Veranote)
보여주기 위한 기록에서, 나를 위한 진실의 공간으로
시야가 바다 끝까지 닿던 어느 쾌청한 오후,
저는 1년에 몇 번 없을 이 선물처럼 아름다운 날씨를 회사 옥상 테라스에서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 곳엔 저 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그 순간을 같이 누리고 있었지만, 뭐랄까....
사람들은 찬란한 날씨와 눈앞의 풍경을 온전히 즐기는 대신, 그 찰나를 스마트폰에 담기 바빴습니다.
타인의 시선이 모이는 '디지털 광장'에 자신을 전시하고, 끊임없이 '좋아요'와 댓글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야만 하는 현대인의 강박적 외침.
그 풍경 속에서 저는 평화로움 대신 어딘가 묘한 이질감과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밖을 향한 외침의 크기만큼, 우리 내면은 소진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질문은 꼬리를 물었습니다.
우리에겐 타인의 평가가 닿지 않는 곳,
가식을 벗어던지고 오직 나 자신과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는 '밀실'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광장에 서서 소리를 지르고 있을 뿐,
누구도 영혼을 누일 자신만의 방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베라노트(Veranote)는 이런 모순적 상실감에게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차가운 디지털 광장 너머에, 오직 나만을 위해 문이 열리는 '따뜻한 밀실'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어떤 타인의 시선도, 정제되지 않은 소음도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온전한 나만의 안식처입니다.
그리고 내가 만든 나만의 그 공간, 그 중심에, 나를 대면하게 해 줄 단 하나의 아날로그 책,
'베라노트'가 놓여 있습니다.
이곳은 타인에게 투영된 가공의 페르소나를 내려놓고, 내가 나로서 오롯이 정주(定住)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노트를 펼쳐 인덱스를 하나씩 채워가는 행위는 단순히 글을 적는 것을 넘어,
내 영혼의 파편과 진실들을 보물상자에 박제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오늘의 낙서, 순간의 편지, 말로 다 하지 못한 음성과 영상들이 그 안에서 온전히 숨을 쉽니다.
물론 그 노트의 가장 깊숙한 마지막 장에는, 언젠가 내가 이 방을 비우게 될 날을 위한 '유산'이 담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오늘 이 순간 가식 없는 나를 마주하고 위로하는 일입니다.
내가 허락한 인덱스에 나만의 진심을 차곡차곡 축적해 나가는 것, 그것이 베라노트가 정의하는 새로운 기록의 패러다임입니다.
이제 화려하지만 공허했던 광장에서 내려와, 당신을 위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밀실로 들어오세요.
진실과 안식이 머무는 곳, 베라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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